해를 거듭할수록 더위가 빨리 찾아오고 평년기온이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이상기후가 지속됨에 따라 직장 남성들의 근무복은 더욱 간소화되고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강력한 에너지 절약 정책으로 기업 내 쿨비즈 룩 착용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 올해의 경우 지난 5월부터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위가 계속되자 다수 기업들이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쿨비즈 룩 착용을 시작했다. 실제 디큐브시티에서는 지난 19일부터 사내 쿨비즈 캠페인을 시행했다. 6월 첫 주부터 진행했던 지난해보다 약 2주가량을 앞당긴 것이다. 8월 말까지 노타이 차림은 물론, 피케셔츠나 청바지 등 캐주얼한 근무복장이 권장되며 운동화 · 스니커즈도 착용도 허용해 근무 복장규정을 완화했다.

이처럼 쿨비즈 룩 착용을 권장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남성복 업계에서도 자사만의 차별화된 쿨비즈 상품을 개발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에서 전개하는 「로가디스」는 대표적 비즈니스 아이템인 재킷에 스마트한 기능을 더해 쿨비즈형 모델을 출시했다. ‘아이스 언컨 수트’는 모심을 최소화하고 어깨패드 두께도 반 이하로 줄여 일반 수트보다 100g 이상 경량화한 제품으로, 특수 냉감 가공처리를 통해 착용 시 1도 가량의 온도를 낮추는 효과도 더했다. ‘플라잉 재킷’은 천연 경량 소재를 적용, 부자재를 최소화하고 메시 기능을 더해 흡습속건 성능을 극대화했다.

한편 노타이 문화가 형성되면서 스타일링 포인트 역할을 해왔던 넥타이를 대신해 셔츠 제품군의 디자인과 컬러가 보다 다양해졌다. 「앤드지 바이 지오지아」 「까르뜨블랑슈」 등에서 색상과 패턴을 다양화한 피케셔츠를 출시했으며, 지난해 지엠아이에서 선보인 셔츠브랜드 「밴브루」와 우성I&C의 셔츠브랜드 「예작」에서 비즈니스 캐주얼 라인으로 내놓은 ‘볼디니’도 다양한 컬러와 스타일의 셔츠를 제안하며 매출 순항하고 있다.

극심한 고온현상으로 인명피해까지 발생한 일본에서는 휴양지에서 입는 셔츠까지 허용 가능한 ‘슈퍼 쿨비즈’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국내에서도 머지않아 캐주얼 아이템의 쿨비즈 룩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프팬츠의 경우도 현재는 광범위하게 허용되는 분위기가 아니지만 SK C&C는 무릎길이의 정장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고 있고 KT&G의 경우 반바지에 샌들 착용까지 허용하는 등 몇몇 기업을 필두로 반바지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이뤄지고 있어 조만간 남성소비자의 하프팬츠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도 젊은 층 사이에서는 하프팬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 「지오지아」의 경우 여름시즌 반바지 물량을 5만장 기획하기도 했다. 지난해 물량인 1만5천장의 3배를 넘는 양이다. 「지오지아」의 한 관계자는 “반바지 수요 증가로 다리 노출이 많아지면서 양말과 슈즈의 선택이 중요해지자 잡화류에 대한 남성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전하며 ”이에 따라 「지오지아」에서는 패션양말 디자인도 더욱 다양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여파로 착화감이 편한 보트슈즈와 샌들이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으며, 넥타이를 매지 않는 대신 다른 액세서리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도 늘어 업계에서는 잡화류 제품 비중을 늘리는 동시에 의류 상품과 함께 매칭해 토털룩으로 제안하고 있다. 「티엔지티」에서는 여름 에센셜 아이템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액세서리를 함께 증정해 스타일을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티셔츠를 2개 이상 구매하면 로프 팔찌를, 하프팬츠를 구입하는 고객에게는 벨트를 증정한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획일화된 수트 일색이던 남성복 시장을 다채로운 컬러와 스타일로 무장한 아이템들이 장악하기 시작했다. 비수기로만 여겨지던 여름 시즌이 쿨비즈 트렌드를 만나 새로운 성수기로 부상할 수 있을지 업계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경은 기자 89n@naver.com